비아그라의 출발은 부작용 이었다

1998년 출시 첫 해, 빛의 속도로 팔리며 명성을 떨쳤던 발기부전 치료제는 지금도 인류의 가장 대표적인 '해피 드럭(Happy drung)'으로 꼽힌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대명사인 '비아그라'는 원래 발기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던 것은 아니다. 당초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되는 중이었지만, 임상 참여 남성들의 성기가 지속 발기되는 부작용이 발생했던 게 일대 전환점이 됐다.

다국적제약사 화이자가 이를 단순히 부작용으로 치부하지 않고 세계 첫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를 개발했던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였다. 발기부전이라는 또 하나의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 개발이라는 차원을 넘어 폐쇄적이었던 성문화를 양지로 끌어올리는 데도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최근에는 비아그라 성분이 식도암이나 알츠하이머 등 다른 질병들에도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들도 나오고 있어 한층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발기부전 새 시장 연 '비아그라'…출시 첫해 매출 약 9000억원

비아그라는 출시 첫 해인 1998년에만 전세계에서 약 9000억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했다. 갑자기 매머드급 시장이 생기자 여러 다국적제약사들이 후발주자를 내놓았다. 특허가 만료됐을 당시엔 비아그라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복제약을 낳은 오리지널 약이기도 했다.

비아그라는 2012년 5월 특허가 만료되면서 쏟아진 복제약(제네릭)들에 의해 매출이 내리막 길을 걸었다. 복제약은 비아그라와 성분(실데나필)은 같지만 보다 저렴하다는 강점을 가졌다. 국내에선 한미약품의 '팔팔'이 비아그라를 제치고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매출 1위를 지키고 있다.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1100억원 가량이다.

비아그라 용법용량은 1일 1회 성관계 약 1시간 전에 권장 용량 25~50㎎을 먹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관계 4시간 전~30분 전에 투여해도 된다. 유효성과 내약성에 따라 용량을 증감할 수 있다. 비아그라 품목은 용량별로 25㎎, 50㎎, 100㎎ 3가지가 있다.

비아그라 후발주자격인 시알리스는 '타다라필'이라는 성분을 통해 마찬가지로 발기부전을 치료한다. 릴리사가 개발한 이 제품도 2015년 특허가 만료돼 국내에서 같은 성분으로 만든 '구구'(한미약품), '센돔'(종근당) 등의 복제약 제품이 널리 팔리고 있다.

비아그라 성분인 실데나필 치료제는 주로 1회성으로, 시알리스 성분인 타다라필 치료제는 1회성 외에 저용량으로 매일 복용하는 방식으로도 사용된다. 발기부전 치료제들은 모두 전문의약품으로 반드시 의사 진료와 처방에 따라 복용해야 한다.

◇발기부전 약, 어떻게 협심증 치료와 무슨 상관?

이렇게 우연히 개발된 비아그라의 작용 기전은 어떠할까. 비아그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발기부전 치료제 작용은 동일한데, 모두 PDE-5(Phosphodiesterase-5) 효소를 억제해 발기 작용을 일으키는 방식이다. 약을 먹는다고 바로 발기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극을 받으면 발기가 더 잘 이뤄진다.

발기를 위해선 체내 자연 발생하는 일산화질소(NO) 가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산화질소는 핵산 중 GTP(트리인산구아노신) 화합물을 cGMP(고리형 모노인산구아노신)으로 만드는 한 효소를 활성화시킨다.

이 cGMP는 근육을 이완시키는데, 특히 남성 성기 근세포에 작용해 음경 혈류량을 늘리면서 발기가 이뤄진다. 반대로 자극이 없을 때 시간이 지나면 체내 PDE-5 효소가 cGMP를 분해시키면서 발기를 멈출 수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는 바로 이 PDE-5를 억제한다. 치료제 성분 모양이 cGMP와 비슷하다. PDE-5 효소가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에 달라붙게 되면서 자유의 몸이 된 cGMP가 장시간 발기를 지속시킬 수 있다. 다만 약 성분은 반감기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 소멸되면서 다시 PDE-5 효소가 cGMP를 분해해 발기를 멈추게 한다.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했던 이유는 바로 이러한 작용 때문이었다. 근육은 성기에만 있는 게 아니어서 일산화질소는 몸 구석구석에 작용한다.

예컨대, 일산화질소에 의한 근육 이완으로 혈압을 낮출 수 있어 협심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이 용도로도 사용된다.

오래 전 탄광에서 일하던 광부들이 심장병이 나았다는 얘기도 같은 맥락이다. 탄광에서 사용하는 다이나마이트에는 일산화질소를 발생시키는 니트로글리세린이란 성분이 들어 있다.

◇'식도암·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에도 효과' 연구도

최근에는 비아그라가 식도암 환자의 생존율을 올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주목됐다.

지난 6월 29일 영국 BBC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샘프턴대학병원과 영국 암연구소(Cancer Research UK) 연구팀이 발기부전 치료제 성분이 식도암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해당 연구는 국제학술지 '셀리포트메디신(Cell Reports Medicin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PDE-5 효소 억제 성분이 식도 종양 주변에 있는 암 연관 섬유아세포(CAF)를 표적해 항암 효과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주변 종양 미세환경 활동을 억제해 항암 요법 내성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원래 혈관벽에서 발견되는 PDE-5 효소가 건강한 식도 조직에 비해 식도 선암종에서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클리브랜드 연구팀이 비아그라 성분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69% 감소시키는 것과 유의하게 관련이 있음을 발견하기도 했다. 특히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관상동맥질환, 고혈압 또는 2형 당뇨병을 앓는 환자들에게서도 발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